청년의 언어로 다시쓰는, 불교
2024년 서울국제불교박람회의 성행은 불교가 전통적 종교의 범주를 넘어서 문화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템플스테이, 불교 굿즈, 마음챙김과 명상 등은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활발히 소비되며, 감성적 힐링의 매개체이자 자기돌봄의 언어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신자유주의적 소비 실천이나 종교적 인식 변화와 맞물리며, 청년들에게 불교는 심적 안정이나 자기 계발의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새로운 소비 중심적 종교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청년층이 불교와 접속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굿즈라는 문화 기표와, 그에 덧입혀진 '엠지��'이라는 기대와 감각에 주목합니다. 특히 이러한 감각이 형성되고 흐르는 공간인 'X'에서 청년들은 불교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며 전유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연구들이 청년의 종교 선택을 다뤄왔다면, 본 연구는 최근 두드러진 소비 중심의 불교 문화와 '엠지함'이라는 표현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흐름을 문화기술지적 시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형성된 기대는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충족되거나 좌절됩니다. 이 경험은 다시 청년들의 실천을 자극하며 새로운 기표를 만들어내기도 하죠. 청년들은 기존의 마음챙김이나 자기계발을 넘어 불교와 접속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엠지하다'는 감각을 스스로 구성해 나갑니다. 우리는 청년이 문화의 주체로 등장하는 이 과정을 따라가며, 그들이 기대하고 전유하는 불교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분석하는 데 목적을 둡니다.
청년과 불교의 만남
현대 사회의 청년들은 청년 실업, 경쟁 중심 교육 환경, 가족 해체, 인간관계 위기 등 다양한 사회적·경제적 조건 속에서 실존적 불안감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비움과 마음치유의 길을 제시하는 불교는 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과 자기 성찰의 공간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실제로 20~30대의 템플스테이 참여율은 2019년 32.1%에서 2023년 40.7%로 증가한 바 있습니다. 김현미(2016)는 청년들이 불교에 매혹되는 현상이 마음치유나 자기계발에 국한되지 않고, 대안적 공동체를 형성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하였습니다. 청년들은 자신을 ‘불자’로 규정하기보다는 ‘수행자’로 명명하며, 종교 정체성과 관계없이 불교적 삶의 태도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불교 교리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용하는 ‘문화적 전유’의 성격을 지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우혜란(2020)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만든 불확실성과 경쟁 속에서 심신 치유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증가하면서, 불교가 산업화되고 상업화되는 흐름에 놓이게 되었음을 지적합니다. 김현미 또한 지젝의 비판을 인용하여, 마음치유 산업이 체제 재생산에 기여하는 한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박람회라는 소비의 장으로서의 성격을 지니면서도, 동시에 제도 종교로서의 불교의 색을 유지하고 새로운 종교 인구의 유입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복합적인 양상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현재 소비 중심적인 청년 불교 문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무소유를 강조하는 불교가 오히려 ‘풀소유’적인 방식으로 향유되고 있으며, 일회용 플라스틱 굿즈의 대량 생산과 소비는 불교가 전하는 삶의 태도와 충돌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2025년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이후 온라인상에는 “판매자가 불교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더라”, “온라인보다 현장 가격이 더 비쌌다”는 방문자들의 반응이 공유되었고, 이는 불교의 진정성은 퇴색된 채 수익성만 강조된 ‘시장’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로 이어졌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현상이 실제 종교 인구의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존재합니다. 청년들이 진정으로 불교와 감응하며 ‘불자’로 자리매김하기보다는, 일시적인 유행을 좇는 소비자로만 남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요즘 불교 힙한 거 하네’와 같은 반응 속에서 형성된 불교 굿즈 문화가 사라진 이후, 청년 불교 문화가 과연 새로운 방식으로 재생산되고 지속될 수 있을지 그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담화와 정동의 장으로서의 ‘X’
이정우(2005)에 따르면, 담론은 몸으로 직접 체험한 것과는 구분되는 언어적 구성물입니다. 즉, 세계를 체험하거나 관찰한 개인이 언어로 재현한 것이 담론이며, 이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집단으로까지 구성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이때 ‘X’는 담론을 빠르게 확산시키기에 적합한 주요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불교와 관련된 담론이 ‘엠지함’이라는 술어와 접합되면서 특정한 기대감 형성을 유도하는 기반이 됩니다. 이 담론은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생성되고 퍼지지만 그 실천은 결국 현실 공간에서 행해집니다. 본 연구가 주목하는 불교 문화 역시 ‘X’에서 형성된 ‘엠지함’ 담론이 청년 개개인을 문화 현장으로 이끄는 동력이 되었으며, 이 이동 과정에서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특정한 기대감을 형성하게 됩니다.
청년들이 기대감을 품고 문화 현장으로 향할 때, 그들의 정동은 실천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상상하는 불교를 구현하려는 내면의 가능성으로 작용합니다. 기대가 완전히 충족되지 않더라도 그 불충분함은 ‘아직’이라는 가능성을 남기며, 새로운 실천을 자극합니다. 청년이 종교적 정체성이나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기 위해 다양한 불교 문화 현장을 찾아다니는 모습은, ‘지금’을 살아가는 그들이 ‘아직’을 실현하려는 내면적 추동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담론 공동체에서 생성된 정동적 요소는, 사이버 공간에 머무는 개인을 현실 속 행위자로 전환시키는 실천의 근거로 기능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기대감의 출발점에는, 청년 스스로가 자신을 명명한 ‘엠지함’이라는 자기 호명이 자리합니다.
‘MZ’는 외부의 타자화된 시선에 의해 정의된 세대 정체성입니다. 그렇게 명명된 ‘MZ 세대’는 생동성과 행위력이 삭제된 채 고정된 실체로 취급되어 왔습니다. 이에 반해, 청년들 스스로 다시 불러낸 ‘엠지함’은 ‘-하다’라는 어미와 결합하며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둔 표현으로 나타납니다. 이 ‘엠지함’은 자기 호명이자 동시에 문화적 전유의 방식이며, 기성세대의 호명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될 수 있는 한편, 새로운 문화 발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창조적 재생산으로도 읽힙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청년 세대가 ‘엠지함’과 불교를 매개로 수행하고 있는 문화 전유의 양상을 정동 이론을 통해 분석합니다.
본 연구는 2025년 5월 한 달간 총 15명의 연구 참여자를 대상으로 참여관찰과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현장 조사는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연화사 부처님 생신카페, 만덕사, 연등회, 불교중앙박물관 등지에서 이루어졌고, 행사 방문자뿐 아니라 주최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청년들이 불교 문화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연구자는 스스로도 20대 청년으로서 연구 대상자들과 같은 세대에 속해 있으며, 참여자이자 관찰자로서의 위치를 자각하며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청년 불교 문화를 지나치게 이상화하거나 반대로 단정짓지 않도록 유의하였고, 청년의 시선에 공감하되 연구자로서의 거리감을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참여자들이 각자 ‘불자’, ‘청년’, ‘MZ’로서 어떻게 불교를 상상하고 구체화하는지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그 정체성과 ‘엠지함’의 관계를 정동적으로 기술하려 노력했습니다.
‘X’의 불교 콘텐츠와 트위터리안들의 담화
청년 세대가 불교를 ‘힙한 종교’로 인식하게 된 흐름은 오프라인보다 먼저 온라인, 특히 ‘X’에서 시작되었습니다. ‘X’는 청년들이 자유롭게 취향과 의견을 표현하고 유행을 주도하는 플랫폼으로, 불교 역시 이 공간에서 억압적인 종교가 아닌 즐기기 좋은 문화 콘텐츠로 재구성되었죠. 특히 여성 사용자 비중이 높은 ‘X’는 감각 중심의 콘텐츠 소비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여기서 불교는 기존의 이미지와 결별하며 청년들의 새로운 문화 취향 속에 편입되기 시작했습니다.
‘X’에서 촉발된 불교의 ‘엠지함’
“아니 불교교리 왜케좋음 석가쌤 말씀이 가슴에 와닿고 그동안 화냇던건 다 부질없고 (중략) 절 다닐란다”
“스님들은 힙스터잖음... 머리밀고 채식하고 가족이랑 연끊고 타악기 연주함”
“뮤트한 회색 오버핏 옷에 버킷햇 쓰고 다니심 (중략) 법복들 면천이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고프코어 바람막이 재질로 만들어짐.. 진짜 깜짝놀랐다”
‘X’ 내부에서는 청년들이 짧은 트윗, 사진, 영상 등을 활용해 자신이 경험한 불교를 재해석하고 힙하게 소비했습니다. 일부는 불교 교리의 수행성과 자기 치유적 메시지를 공유하며 정신적 안정을 구하는 흐름을 보였고, 또 다른 흐름은 불교를 패션이나 스타일처럼 ‘힙한’ 이미지로 즐기는 방식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스님의 복장을 고프코어 패션에 비유하거나 스님을 힙스터로 표현하는 유머와 패러디 트윗들이 확산되며, 불교는 점차 ‘엠지함’의 코드로 소비되었습니다.
이러한 양상은 불교의 본래 종교적 의미와는 괴리될 수 있으나, 동시에 청년 세대가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유행이 실제 불교 문화 현장으로 연결되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죠. 종교의 본질적 가치보다 감각적 즐거움과 유머 중심의 콘텐츠가 주가 되는 현상에는 한계와 우려도 있으나, 결과적으로 ‘X’는 청년 세대가 불교에 접근하고 참여하게 만드는 유의미한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재현된 불교 현장
‘X’에서 시작된 ‘힙한 불교’에 대한 감상은 단순한 온라인 텍스트나 이미지 소비를 넘어 오프라인 현장에서 현실로 (재)구성되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공간이 서울국제불교박람회였죠. 박람회는 기존 불자 중심의 행사에서 벗어나 MZ 세대를 포섭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하며, 굿즈 판매, 차담 공간, 향과 향수, 채식식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였습니다. 특히 힙한 불교 굿즈는 청년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며, 박람회장에는 줄을 서는 모습까지 관찰되었습니다. 트위터리안들은 이 현장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습니다.
“@::불교박람회 핫해질만 함 요즘 힙한 젊은이들이 원하는게 다 있음 1 채식 2 타악기 (후략)”
“점점 힙해지는 불교 박람회 2025. 뭐 좋은 의미로 변화되고 있는듯.”
이러한 반응은 힙한 불교를 향한 기대감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충족되었음을 시사하며, 온라인 담론이 현실 공간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불교는 하나의 ‘형태 없는 콘텐츠’가 아니라, 개인이 선택적으로 향유하고 소비하는 유연한 문화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하지만 모든 반응이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어요. 몇몇 트위터리안들은 상업화에 대한 실망을 드러냈습니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솔직후기 (중략) 아쉬운 거 불교가 테마인데 너~무 상업적임 아크릴키링 하나가 무슨 12000원 (중략) 좀 짱남…”
“불교박람회 ���직 이틀이나 남아서 공익을 위해 제보합니다 (중략) 괄사 13000원에 사왔는데 공홈에서 11500원에 판매중.... 현장에서 하도 이정도면 진짜 싸게 사가는거다 여러번 강조하시길래 왠지 수상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불교 업체도 아닌 것 같던데 이러시면 안되지요..”
이러한 비판은 MZ 세대가 단순히 ‘힙함’만을 소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기대한 ‘불교적 가치’—정적이고 비물질적인 가치—와의 부합 여부에 민감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결국 불교박람회는 MZ 세대의 욕망과 비판이 교차하는 공간이 되었으며, 불교가 기존의 고정된 종교 이미지에서 벗어나 유동적인 문화로 재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MZ와 불교: ‘X’에서의 맞물림을 중심으로
‘X’라는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MZ 세대는 불교와 새로운 방식으로 접촉하며, 종교를 감각적 유행의 일부이자 실천의 장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힙하다’는 키워드로 불교는 기존의 수행 중심, 엄숙한 종교 이미지에서 벗어나 MZ 세대의 정동, 유머, 미학적 감각과 결합하며 재구성됩니다. 짧은 문장과 이미지 중심의 트윗, 밈과 영상 등의 표현 양식 안에서 불교는 새롭고 유연한 기표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감각적 유행은 단발적인 온라인 소비에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현장으로 이어지며 다시 온라인으로 순환되는 다층적 구조를 이룹니다. MZ 세대는 불교박람회와 같은 현장에서 온라인에서 기대한 감각을 직접 경험하고, 이를 다시 ‘X’를 통해 공유합니다. 이렇게 유통된 경험은 또 다른 유행과 감성적 반응으로 이어지며, 불교는 점차 하나의 ‘나만의 방식’으로 구성 가능한 문화로 전환되죠. 종교는 이들에게 있어 취향과 실천을 기반으로 선택 가능한 정체성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동시에 상업주의적 흐름이나 피상적 이미지 소비에 대한 비판 역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MZ 세대가 불교의 본질적 가치와 의미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고민과 기대를 품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힙하다’는 표면적 접근으로 출발했지만, 그 감각은 구체적인 체험을 통해 내면적 질문으로 확장되며 성찰의 가능성을 열고 있습니다. 종교에 대한 참여가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실천을 설계하는 과정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죠.
결국 ‘X’는 단지 유행의 기원이 아니라, MZ 세대가 불교라는 제도와 감정을 자신들의 언어로 재구성하고 재전유하는 생동하는 문화의 장입니다. 불교는 이 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뉘어 소비되고, 재해석되며, 실천의 대상이 됩니다. ‘X’는 그 과정을 가능케 하는 핵심 무대이며, 불교와 청년 세대가 교차하는 감각의 접면이기도 합니다. 이는 곧 불교가 획일적인 종교의 틀을 벗어나 또 다른 역사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불교박람회 이후의 정동: ‘MZ 세대’의 기대, 전환, 실천
불교박람회라는 오프라인 현장을 경험한 청년들의 발화를 중심으로, 우리는 이들이 불교와 맺는 관계 속 정동의 흐름에 주목합니다. 이는 단순한 반응의 나열이 아니라, 각자의 경험 속에서 형성된 기대, 실망, 거리감과 같은 감정의 층위를 통해, MZ 세대가 불교를 어떻게 체감하고 전유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시도입니다. 정동은 일시적인 감정 반응을 넘어, 불교를 새롭게 구성하고 실천하는 힘으로 작용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로지르는 감각의 흐름 속에서 청년들의 위치를 다시 조명하게 합니다.
우리는 특히 다음 세 가지 정동적 흐름에 주목합니다. 불교박람회를 둘러싼 기대가 어떻게 만족 혹은 실망으로 이어졌는지, 그 감정의 전환 이후 청년들이 어떤 방식으로 불교와 다시 관계를 맺고 실천을 기획했는지,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드러난 ‘엠지함’이라는 문화적 자기호명이 불교라는 전통적 장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차례로 살펴봅니다.
출발점으로서의 불교박람회
불교박람회는 MZ 세대가 불교와 접속하게 된 주요한 출발점이었습니다. ‘힙한 불교’에 대한 온라인 담론이 확산되며 불교박람회를 향한 기대도 함께 증폭되었고, 이는 박람회를 단순한 종교 행사를 넘어 새로운 문화적 공론장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오프라인 현장을 경험한 이들의 반응은 단순한 만족이나 불만족을 넘어, 각자의 감각과 기대에 따라 매우 다양한 정동적 반응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반응은 MZ 세대가 불교라는 전통적 종교를 어떻게 체감하고 수용해 나가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기대만큼 ‘엠지한’
이렇듯 불교박람회는 청년 세대에게 각기 다른 기대와 해석을 불러일으킨 장이었습니다. 그중 일부는 불교박람회가 ‘X’를 통해 증폭되었던 기대보다도 ‘더 엠지하다’고 느꼈고, 이를 통해 전통적 종교로서의 불교보다는 현장에서 발견된 ‘힙함’과 트렌디한 감각을 통해 불교를 체감했다.
기대만큼 ‘엠지하지 않은’
그러나 또 다른 참여자들에게 박람회는 기대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오히려 저랑 선배들은, 불교 박람회를 갔을 때 이게 MZ 세대들을 대상으로 한 힙한 박람회라고 했는데, 여기에 왜 온 거지 이런 특산물 같은 건? 이런 음식은 왜 파는 건지..." (BBS 불교방송 기자 최유리 연구참여자 D)
“불교 박람회가 좀 그 취지에 맞지 않는? 너무 상업적인, 불교스럽지 않은, 그런 물품을 파는 사람들이 왜 오느냐. 그리고 무소유를 하면서 왜 자꾸 재산 창업 행위를 하느냐 이런 글들도 올라오고.” (해탈컴퍼니 대표 주여진 연구참여자 H)
이들은 박람회가 지나치게 상업화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불교의 전통성과 힙한 감각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했다고 평가합니다. 기대했던 ‘엠지함’이 실망으로 돌아오기도 ��으며, 불교를 수단으로 활용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이처럼 ‘너무 엠지해서’ 혹은 ‘너무 엠지하지 않아서’라는 상반된 평가 속에서, 불교박람회는 각자의 기대와 감각을 드러내는 장으로 기능했습니다. 그리고 이 다양한 반응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 세대가 종교를 어떻게 이해하고, 무엇을 원하며, 어디에 실망하는지를 보여주는 정동의 전환 지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 만남을 만들어가는 시도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불교박람회는 행위자들에게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는 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은 단순한 반응에 그치지 않고, 박람회 이후 각자의 해석과 감정을 바탕으로 불교와의 새로운 만남을 기획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불교라는 전통적 장과의 관계를 능동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만족이든 실망이든 그 감정이 단절이 아닌 다음 실천의 자원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불교박람회의 미래
“호접지몽. 그걸 겪고 딱 깨면은 또 이제 잔해만 남아 있고 쓰레기들만 남아 있고 이런 거 아니야 하면서 걱정했는데 그렇지 않을 것 같아. 이게 그거는 그냥 고전적인 가치를 알아보는 거지.” (불교동아리 학생 연구참여자 C)
우리는 이처럼 불교박람회가 단지 일회성 유행에 머무르지 않고, 반복되는 참여와 경험을 통해 지속 가능한 문화 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교리에 대한 ‘앎’은 그 자체로 일시적 유행을 넘어서며, 박람회라는 장은 청년 세대가 불교를 접하고 받아들이는 지속적 계기로 작동할 것입니다.
불교-청년의 지속적인 접촉
뿐만아니라 종단 내부와 외부의 여러 행위자들은 청년과 불교 간의 지속적인 만남을 위해 새로운 방식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으며, 이는 종교적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청년 세대의 감각에 부합하는 문화적 형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매개하고자 하는 시도로 보여집니다.
예를 들어,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청년 대상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인 ‘나는 절로’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사찰에서 1박 2일 동안 머무르며, 참가자들이 공양, 산책, 차담 등의 활동을 함께 수행하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불교와 접촉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종교적 실천을 직접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불교적 세계관과의 만남을 유도하는 방식인 셈이죠.
또한 서울 연화사에서는 ‘부처님 생신카페’라는 형식의 새로운 행사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이 행사는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청년 세대에게 익숙한 팬덤 문화의 문법을 활용해 사찰을 ‘생일카페’의 공간처럼 꾸미고 관련 굿즈를 전시 및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불교를 신���의 대상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청년의 일상 속에서 감각적·문화적 실천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돕는 시도들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청년 세대는 이러한 매개를 통해 불교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구성하고 실험하며 새로운 만남의 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있죠. 이와 같은 흐름은 불교와 청년 세대 사이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핵심적인 동력으로 작용합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불교'이며, 또 왜 청년 세대는 이렇게까지 이 종교와 긴밀하게 엮여들고 있는 것일까요?
불교의 유연함 때문에,
“불교의 굉장히 중요한 교리가 제행무상이에요. 이게 뭐냐면 모든 것은 변합니다. 그리고 제행무상과 연결된 게 십이연기라고 해서,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어요. 그러니까 이것이 없으면 다시 없어지는 거죠. 그러니까 불교는 유연할 수밖에 없죠. 그러니까 뭐 어떤 과정에서 꼭 이렇게 해야 된다는 것들이 있지만, 불교에 또 꼭이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묘장스님 연구참여자 A)
불교는 변화와 상호 의존을 중심으로 하는 교리를 바탕으로, 특정한 실천이나 형식에 고정되지 않고 유연하게 해석되고 적용될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행무상과 연기의 사상은 모든 존재와 관계가 끊임없이 변화하며, 고정된 실체나 절대성을 전제하지 않음을 강조합니다. 이는 불교가 교리적으로도 일정한 유연성을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시대와 문화적 조건에 따라 변주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불교의 또 다른 핵심 개념인 ‘중도’는 극단을 지양하고 균형 있는 태도를 지향하는 실천 철학입니다. 이러한 원리는 개인의 수행 방식에 국한되지 않고 제도적, 문화적 해석의 유연성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권오민(2012)은 불교가 고정된 교리나 엄격한 제도보다 감각적이고 상황 반응적인 태도를 중시하는 전통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따라서 청년 세대가 자신의 감각과 취향, 감정의 언어를 통해 불교를 새롭게 전유하는 흐름은 외부로부터의 단순한 변형이 아니라, 오히려 불교 내적 사유의 연장선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불교는 본래의 교리적 특성 안에 변화와 수용, 다양성을 포함하고 있으며, 청년 세대의 ‘엠지스러운’ 전유는 그러한 맥락 속에서 자연스럽게 흡수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연함은 종교와 세대, 전통과 트렌드 사이를 연결하는 핵심 기반으로 ���용하고 있습니다.
‘MZ 세대’의 유동성 때문에,
불교가 변화에 열려 있는 유연한 종교라면, 이를 수용하고 재구성해 가는 ‘MZ 세대’의 감각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엠지함’은 단일한 개념이 아니라, 다양한 행위자들의 시선과 담화 속에서 형성된 복합적인 정체성으로 이해됩니다. 여러 세대와 매체가 MZ 세대를 정의하려 하지만, 정작 그 호명의 중심에 선 청년 세대는 이 개념을 보다 유동적이고 자기 주체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저한테도 진짜 MZ의 아이콘. 이렇게 해 주는데 저도 사실 모르겠는 거예요. 나를 스스로를 그렇게 엠지스럽다고 생각을 안 해서. 옛날 노래도 좋아하고 이러다 보니까, 그게 그렇게 엠지한가? 근데 뭐 약간 자유롭고 통통 튀고 그런 좀 기성 세대들과 다른 그런 좀 규율를 약간 벗어나는 자유스러운? 그런 걸 또 엠지스럽다고 하는 것 같아요. 자신만만하고” (해탈컴퍼니 대표 주여진 연구참여자 H)
청년 세대는 ‘엠지함’을 자유롭고 틀을 벗어나는 감각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는 ‘엠지함’이 고정된 실체라기보다 유동성과 자기표현이 강조된 삶의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자유로움과 개성의 강조, 그리고 기존 규범에 대한 느슨한 태도는 불교의 ‘유연함’이라는 특징과 자연스럽게 맞물립니다. 즉, 불교가 특정한 수행 방식이나 형식을 강요하지 않고 관계성과 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종교이기 때문에, 청년 세대는 자신의 감각과 정동을 보존한 채로 불교를 재구성하고 실천할 수 있는 여지를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대외적으로 언론 같은 데서 많이 말하는 진짜 ‘MZ’는 자기 할 말 다 하고, 개성이 되게 또 넘치고, 그런 모습을 많이 얘기를 하는 것 같아요. SNL 같은 데서도 보면, MZ 사원이다 했을 때 사실 그렇게 좋게 그리는 것 같지는 않거든요. 그 이미지 자체를. 왜냐하면 이제 기존의 기성 세대가 느끼기에는, 저희가 딱 정해진 그 틀에서 이제 조금씩 벗어나려고 하는 그런 모습들을 가진 세대라고 생각을 하시는 것 같고.” (BBS 불교방송 기자 최유리 연구참여자 D)
MZ 세대의 유연함은 기성세대에게 때때로 부정적으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기존의 규범과 틀에서 벗어나려는 청년 세대의 움직임은 예측 불가능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것으로 인식되며, 이에 따라 ‘MZ’라는 호명은 일종의 분류와 대응을 위한 전략으로 작동합니다. 이러한 명명은 낯섦에 대한 방어인 동시에 그들을 이해하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의 발화는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예측하고 싶어하니까 그런 별명을 붙이는 거 아닐까요? 어른들이 MZ 세대를 예측할 수가 없으니까. 그 수를 좀 정해서 ‘이 아이들은 이럴 거야’ 하면서 또 대비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배우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또 마침 그런 MZ 친구들이 그렇게 자기 계발에 대한 관심도 많았고 하다 보니까 불교도 잘… 되게 여러 가지로 시기가 정말 좋았던 것 같은…” (해탈컴퍼니 대표 주여진 연구참여자 H)
이와 같이, MZ 세대를 향한 호명은 낯선 청년 세대를 규정하고 분류함으로써 일정한 이미지로 고정하려는 기성세대의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연함이 핵심 특징인 불교는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감각으로 실천을 구성하려는 MZ 세대의 성향과 잘 맞닿아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청년 세대의 ‘엠지함’은 불교 안에서 더욱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불교-MZ의 결합에 달라붙은 요인들
불교의 유연성과 MZ 세대의 자유로운 감각이 맞물려 접촉 지점을 형성한 것 외에도, 양자의 만남이 가능했던 데에는 특정한 사회적·정서적 조건이라는 ‘시기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청년 세대는 비교적 종교적 선입견이 적은 상태에서, ‘힙하다’고 여겨지는 콘텐츠를 통해 불교에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불교가 미디어와 SNS 등을 통해 새로운 형식으로 재현되는 과정은, 기존의 엄숙하고 무거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청년 세대의 감각과 보다 밀접하게 맞닿을 수 있게 하였습니다.
더불어 현대 청년들이 처한 사회적 맥락 또한 이러한 접점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배경이 됩니다. 번아웃과 고립, 정서적 피로가 일상화된 시대 속에서, 불교는 일상의 과잉과 속도에서 벗어난 ‘무(無)’의 사유를 제공하며 청년들에게 쉼의 공간이자 정서적 위안을 주는 존재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 위기, 사회적 불안, 인간관계의 피로와 같은 복합적인 위기의 시대에 불교의 세계관은 ‘근본적인 물음’과 ‘마음의 안정’에 대한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는 청년 세대가 불교적 감수성을 자기 삶의 리듬과 정서에 맞춰 적극적으로 전유하게 되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MZ 세대와 불교의 만남은 단지 유행으로 치부되기보다는, 제도종교의 공백기와 청년 세대의 감정구조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불교는 교리의 절대성과 고정된 형식보다는 유연함과 관계성을 강조하는 종교로, 청년 세대의 자유롭고 자율적인 감각과 자연스럽게 호응합니다. 그 결과 불교는 청년들에게 단순한 신앙의 대상이 아닌, 자기 감각과 실천을 실험할 수 있는 유의미한 문화적 장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해석해보려 합니다.
정동됨과 정동함
청년들의 ‘아직 아닌(not yet)’ 정동됨
청년들이 불교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불교박람회에서 비롯된 감정적 반응, 즉 ‘정동됨’의 상태로부터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불교를 소비하는 차원이 아니라, 기대와 열망, 실망이 교차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도 몰랐던 감정의 운동을 경험하게 됩니다. 특히 ‘X’에서 회자된 “불교 나만 빼고 재밌는 것 하네”라는 말은 이들이 박람회 이전에 이미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감정은 이후의 박람회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며, 실제로 현장을 방문한 이후 청년들은 스스로의 감각과 기억을 따라 자신이 무엇을 기대했는지를 사후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이처럼 청년들은 아직 도달하지 못한 상태, 즉 ‘아직 아님(not yet)’의 정동 속에서 새로운 만남과 실천을 상상하게 됩니다. 불교박람회는 청년들이 불교라는 전통에 대해 ‘진짜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질문하고, 스스로 그 의미를 찾아가는 계기가 되었던 장소입니다. 어떤 이들은 더 진지한 방식의 참여를, 또 다른 이들은 교리에 대한 이해를 원하며 정동의 방향을 달리 설정해 나갑니다. 이러한 ‘아직 아님’의 상태는 탐색과 체험의 여지를 계속 열어두며, 청년들 스스로 불교와 맺는 관계를 지속적으로 갱신하고자 하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결국 이 과정은 불교박람회를 넘어서, 청년 세대가 각자의 감정과 감각을 기반으로 불교와 새롭게 관계 맺는 하나의 형성적 실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청년됨
본 연구의 주요 참여자는 대부분 여성 청년들이었습니다. 또한, ‘X’를 통해 접촉하거나 불교박람회 현장에서 만난 이들 역시 여성-청년이라는 젠더적 특성을 지니고 있었죠. 불교를 ‘엠지한 것’으로 주목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감각과 실천을 발생시키는 주체들이 유독 여성 청년들이었던 점은 단순히 젠더적 취약성으로 환원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는 ‘MZ’라는 세대 구분이 만들어낸 청년됨의 불안정성과 정체성 탐색의 과정에서, 여성 청년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감정적 수행을 실천해 온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김예란(2018)의 논의에 따르면,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해시태그가 단지 고발의 도구가 아니라 ‘행복을 쟁취하기 위한 장치’로도 작동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본 연구의 여성 청년 참여자들 역시 정동의 주체로서, ‘아직 아님’의 상태를 살아가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유목적인 긍정의 윤리를 구성하고자 노력하는 존재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엠지함’이 만들어지는 문화적 장 속에서 자기 존재를 구성해가며, 기존 질서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정체성을 실험하고 있죠. 결국 여성 청년들의 불교적 수행성은 시대적 감각, 감정의 흐름, 디지털 문화 속에서 형성되는 정동적 실천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전유의 수행들
신자유주의화의 일환이라는 비판
서울국제불교박람회를 기점으로 형성된 청년 세대의 ‘엠지한’ 불교 애호는, 단순한 감각적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흐름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몇 가지 비판에도 직면해 있습니다. 특히 일부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불교의 세속화 및 신자유주의 체제와 긴밀히 맞물려 있으며, 힐링 산업화의 연장선상에서 소비되는 상품적 즐거움으로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우혜란(2020)은 이미 2010년대부터 불안정한 노동환경 속에서 ‘힐링’이 하나의 사회문화적 트렌드로 부상했으며, 이는 불교의 명상과 마음치유가 상업화되는 방향으로 재편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분석합니다. 김현미(2016) 역시 이러한 불교 명상 훈련이 오히려 자본주의에 순응하고 이를 지속시키는 자아를 만들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날의 ‘엠지한 불교’ 역시, 청년들의 심리적 불안을 완화하는 일시적 탈출구로 소비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체제 내부에서 순치되는 새로운 소비 형태일 뿐이라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무소유라더니 풀소유 박람회였다”는 표현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죠. 일부 연구자들은 청년들이 고립과 번아웃 속에서 불교를 소비하지만, 정작 그들이 겪는 구조적 어려움은 치유되지 않으며, ‘극락도 락이다’와 같은 유행어는 고통을 희화화할 뿐이라는 점을 비판합니다. 불교적 용어와 상징이 단지 ‘밈’으로 소비될 때, 청년들의 실질적인 삶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며, 이는 사회가 보내는 ‘위험 신호’일 수 있다는 지적 또한 존재합니다. 이처럼 청년 세대의 불교와의 관계는 단순한 유행이나 트렌드로 보기에는 복합적인 층위를 지니고 있으며, 정동적 감응과 소비의 경계 위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항성
그렇지만, 본 연구는 청년들의 불교에 대한 감응이 비록 신자유주의적 표출로 보일 수 있더라도, 그 안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항성을 형성할 수 있는 정동적 힘이 함께 작동하고 있음을 주목합니다. 이는 청년들의 정동됨이 공적 친밀성에 대한 욕망과 결합하면서 발생하는데, 특히 'X'(트위터)를 기반으로 형성된 네트워크와 상호서사가 중요한 배경이 됩니다. 이들은 단순한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라, 디지털 공간과 오프라인 현장에서 불교 문화를 수행하고 서사를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로서 작동합니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새로운 사이버네틱스의 틀 안에서 가능해졌습니다. 과거에는 사적 감정으로 여겨졌던 감정과 정동이 이제는 공적 소통의 영역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는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합성된 경험’을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비록 이 친밀성이 경제적 언어로 표현되는 한계는 존재하지만, 동시에 신자유주의적 소비 공간 속에서도 이전보다 확장된 상상력의 지반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청년 세대는 기존의 구조에 포섭되면서도, 그 내부에서 의미 있는 대항의 움직임—즉, ‘MZ'와는 다른 용법에서의 '엠지함'을 실현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엠지한 불교’는 단순한 소비적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정동적 실천의 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유되는 ‘엠지함’
본 연구는 청년들이 사용하는 ‘엠지함’이라는 언어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정동적 의미 생산의 실천임을 주목합니다. ‘엠지함’은 불교를 묘사하는 표현으로도, 불교를 수행하는 청년 자신의 태도를 설명하는 용어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불교박람회를 거쳐 다른 현장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청년들은 기대와 실망을 통합해 나가며, 스스로 정동의 대상을 새롭게 상상하고 형성해 왔습니다. 이와 같은 반복되는 추동은 청년들이 ‘MZ’로 대상화되는 구조 안에서 오히려 그 의미를 전유하고, ‘엠지한’ 사물과 문화를 통해 자신을 재위치시키는 수행의 계기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청년들이 발화한 ‘엠지함’은 단순한 타인의 규정이 아니라 자긍심의 수행으로 해석됩니다. 그들이 불교를 중심으로 만들어내는 실천은 문화적 정체성과 주체성을 능동적으로 형성해나가는 과정이며, 이는 자문화화의 한 양상입니다. 결국, 이들은 불교와 청년성이 만나는 예측 불가능한 경계에서 ‘엠지함’을 자율적으로 전유하고 재구성해온 주체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청년들의 수용자 행동성
이제 청년들의 실천이 단순한 참여를 넘어 창조적 재생산과 저항의 정동을 만들어내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 연구는 (포스트)수용자 연구의 틀을 기반으로, 청년들의 행동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고자 합니다. 김수정·김수아(2015)의 논의에 따르면, 팬덤 공동체의 실천은 기존의 수동적 해석을 넘어서 수행 기반의 문화 실천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이는 저항적 해독과 정서적 공감의 층위를 함께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이러한 틀 위에서 청년들의 불교 실천 역시 새로운 사이버네틱스적 관계, 정동의 공유, 수행성의 실천 등을 중심으로 능동적 수용자 행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단지 소비자가 아니라, 자신만의 맥락에서 불교적 굿즈를 들이고, 새로운 현장을 조직하며, 이후의 만남을 기획해 나가는 수행적 주체들입니다. 청년들은 담론적·비담론적 방식 모두를 활용해 정동의 서사를 만들어내며, 불교라는 매개를 통해 자기 삶의 의미를 재구성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천은 불교-청년 간 접점을 단순 소비나 일시적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정동의 장으로 이끄는 핵심 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청년 불교 문화
본 연구는 ‘X’로부터 공유된 불교 문화 기표가 ‘엠지함’과 달라붙는 현상을 분석하며, 그로써 파생되는 정동이 어떠한 문화적 전유를 수행하고 있는지를 분석합니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로부터 시작된 ‘불교-MZ’의 결합은 행위자들로 하여금 특정한 정동을 발생시켰는데, 이것이 바로 ‘엠지함’에 대한 기대감입니다.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공유된 ‘힙한 불교’와 실제로 경험된 불교 사이의 괴리감은 참여자로 하여금 ‘생각보다 더 엠지했다’ 내지는 ‘엠지하지 않았다’와 같은 기대감의 실패를 낳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실망은 단순히 좌절로써 끝맺어지는 것이 아닌, 그러한 기대감을 끝내 충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참여자들의 행위로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불교 굿즈 등, 이른바 불교적 ‘콘텐츠’의 생산자들은 다음의 만남을 준비하며 새로운 ‘엠지함’을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행위자들의 기대감은 다시금 정동적 실천, 즉 ‘아직 아닌(not yet)’ 정동됨으로 해석된다. ‘생각했던 것만큼’ 기대감을 제공하지 못한 실제 문화 현장은 다시금 행위자들이 ‘기대한 것만큼’의 무언가를 만나고자 하는 행위력을 부여하기 때문에, ‘아직 아님’의 끊임없는 도전은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이후의 탐색과 기획을 가능케 하는 청년 행위자 자신의 감각이죠.
‘엠지함’과 결합된 불교는 청년에 의해 새로운 전유를 만들어내며 자긍심의 문화 실천으로서 기능합니다. ‘MZ’의 대항성으로서 청년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자리잡은 ‘엠지함’은 기존의 세대 호명 질서를 뒤흔드는 저항인 동시에, ‘엠지한’ 문화 기표를 근거로 한 청년 세대의 창조적 재생산입니다. 그러나 불교 문화의 경우, 호명 질서의 완전한 저항이자 질서 재편으로 바라보기에는, 조계종 본부가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있는 ‘엠지-불교’의 도전을 서술하는 것에 제약이 따릅니다. 현재의 불교 문화는 제도적 불교에 의한 ‘존중’의 품 아래에서 새로운 ‘엠지-불교’의 탄생이 이루어졌으며, 청년의 불교 문화는 점점 몸집을 키워가며 새로운 실천의 장을 열고 있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연구자들
본 포스트는 2025-1학기 문화기술지(ANT2101) 수업에서 이루어진 연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포스트의 가독성과 길이로 인해 보고서 전문에서 삭제 및 생략된 내용들이 존재하므로, 연구와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있거나 보고서 전문을 원하시면 2024128014@yonsei.ac.kr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연구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본 포스트에 사용된 모든 사진들은 연구자들이 직접 찍은 것입니다. 사진 이외에 연구를 진행하며 참고한 문헌 및 자료의 출처를 아래에 밝힙니다.
<참고문헌>
권오민, 2012, “다양성과 유연성의 불교 (1),” 『문학/사학/철학』30: 80-110.
김민규·허주, 2024, “MZ세대와 기성세대 초등교사 간 가치관, 수업활동, 직무만족 및 소진 차이,” 『한국교원교육연구』 41: 241-267.
김수정·김수아, 2015, “해독 패러다임을 넘어 수행 패러다임으로,” 『한국방송학보』 29(4): 33-81.
김예란, 2018, “우리 시대, 행복의 윤리”, 『한국언론정보학보』 90: 44-73.
김현미, 2016, “Becoming a City Buddhist among the Young Generation in Seoul,” 『International Sociology』: 450-466.
멜리사 그레그·그레고리 시그워스 (최성희·김지영·박혜정 역), 2015, 『정동 이론』, 갈무리.
신혜경, 2020, “Z세대의 웹툰 캐릭터를 활용한 패션 콜라보레이션 사례 연구,” 『만화애니메이션연구』 61: 457-481.
심형준·이원섭·오준혁·이유나, 2023, "한국의 온라인 종교문화에 대한 시론적 연구-온라인 종교활동과 종교적 표현상의 특이 사례를 중심으로-," 『대순사상논총』 45: 187-226.
우혜란, 2020, “한국 불교계의 ‘마음치유’ 사업과 종교영역의 재편성,” 『종교와 문화』 38: 103-136.
이대원, 2019, “담화와 정동의 공동체로서 아이돌 팬덤에 대한 연구,”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석사학위논문.
장흔우, 2023, “한국과 중국의 사찰 굿즈(Goods) 디자인 특성에 관한 비교 분석 연구,” 『공공디자인연구』 3: 17-31.
최화니, 2022, "트위터 담화의 의사소통 요소에 대한 연구," 『국어문학』 81: 39-79.
허상희·최규수, 2012, "트위터에서 트윗(tweet)의 특징과 유형 연구," 『한민족어문학』 61: 455-494.
<자료>
구리(Cu), 2025, “+뮤트한 회색 오버핏 옷에 버킷햇 쓰고 다니심 불교박람회에서 진짜 놀란게 법복들 면천이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고프코어 바람막이 재질로 만들어짐.. 진짜 깜짝놀랐다,” X, https://x.com/daaangguri/status/1910631943349428413?s=12 (2025. 6. 22 접속)
박수민, 2025, “‘힙한’불교의 대유행? 알고보면 이런 사정이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40100 (2025. 6. 22 접속)
사말, 2025, “불교박람회...에 간 모든 친구들이 무소유를 실천 못하고 물욕에 돌아 풀소유로 돌아옴 절대 열반에 오르지 못할거 같음,” X, https://x.com/re3cognizeal82/status/1908358900195438663?s=12 (2025. 6. 22 접속)
앙돌이, 2025, “스님들은 힙스터잖음... 머리밀고 채식하고 가족이랑 연끊고 타악기 연주함,” X, https://x.com/ang_dori/status/1910514801132077079?s=12 (2025. 6. 22 접속)
임소정, 2025, “‘사찰음식’ 오픈런, 불경 읽는 MZ들 ‘힙불교’ 열풍,” 『MBC News』, https://imnews.imbc.com/replay/2025/nwdesk/article/6728002_36799.html (2025. 6. 22 접속)
임유진, 2025, “가장 힙한 종교 행사, Z세대의 2025 서울불교박람회 방문기,” 『소비자평가』, http://www.iconsumer.or.kr/news/articleView.html?idxno=27629 (2025. 6. 20 접속)
조수아, 2025, ““아아 부처님, 저는 오늘도 무소유하러 가서 풀소유하고 말았습니다”[부처, 깨달음이 트렌드가 되기까지],” 『한경비즈니스』, https://v.daum.net/v/20250505101101961 (2025. 6. 22 접속)
진수, 2023, “아니 불교교리 왜케좋음 석가쌤 말씀이 가슴에 와닿고 그동안 화냇던건 다 부질없고 난 지구의 먼지같은 느낌을 받음 머리빡빡밀고 절 다닐란다,” X, https://x.com/heunghacnayo/status/1725905125678686583?s=12 (2025. 6. 22 접속)
젤리,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솔직후기。。。볼 거 많아서 조앗음! 진짜 한 번 도는데 시간 오래 걸림 근데 아쉬운 거 불교가 테마인데 너~무 상업적임 아크릴키링 하나가 무슨 12000원 이지랄하니까 좀 짱남… 차 좋아해서 가시는 분들껜 비추 지지난주 차공예박람회라 라인업은 완전 똑같고,” X, https://x.com/stranger_jelly/status/1908372080971903033?s=12 (2025. 6. 22 접속)
졔읻, 2025, “불교박람회 아직 이틀이나 남아서 공익을 위해 제보합니다 에센시에르 부스에서 옥토퍼스 괄사 13000원에 사왔는데 공홈에서 11500원에 판매중.... 현장에서 하도 이정도면 진짜 싸게 사가는거다 여러번 강조하시길래 왠지 수상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불교 업체도 아닌 것 같던데 이러시면 안되지요..,” X, https://x.com/none_tl/status/1908173632318369908?s=12 (2025. 6. 22 접속)
하토님, 2025, “@::불교박람회 핫해질만 함 요즘 힙한 젊은이들이 원하는게 다 있음 1 채식 2 타악기 3 인센스 4 차 5 다기 6 맛있는거 7 볼거리 8 체험할 거 9 정신건강 10 EDM 11 아이돌(놀랍게도 진짜) 12 평화 13 화합 14 환경지킴 15 대머리”, X, https://x.com/hatonim_/status/1776091840456040901?s=12 (2025. 6. 22 접속)
CROSS, 2025, “점점 힙해지는 불교 박람회 2025. 뭐 좋은 의미로 변화되고 있는듯.,” X, https://x.com/qeqeqeee/status/1913896984894951770?s=12 (2025. 6. 22 접속)
neon, 2025, “불교박람회 후기 타래... 스불재 ㄴ 스님불교너무재밌습니다,“ X, https://x.com/neonoclock/status/1908127810377678994 (2025. 6. 22 접속)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