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 즉흥에서 나타나는 체화된 사회적 관계성 서울 망원동 공간 M을 중심으로

[사진 출처: 장주희, "사진1", 2024.06.01.]

‘접촉 즉흥’은 정해진 안무가 없는 움직임으로 이루어진 춤이며 “오로지 움직임에 집중해 몸과 몸으로 교감하며 상대와 온기를 나누는 몸짓”이다. 1960~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되어 신체와 정신의 관계를 ‘보다 문화적’으로 재정립하고 자아를 재정의하고자 하는 맥락에서 등장했다(노박 1990). 접촉 즉흥은 미대륙과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히 전파되었고 태국의 방콕 등 동남아의 여러 대도시에서도 관련 모임이 결성됐다. 연구자가 직접 관찰한 접촉 즉흥의 참여자들은 노박이 설명한 것과 같이 “구르며 매달리고 함께 몸을 비스듬히 기울이며 타성을 이용해 상대방의 체중과 조화를 맞춰” 움직이고 있었다. 참여자 간의 접촉은 각자 다양하지만, 고유한 방식으로 해석되어 표현되고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특정 공간에서 접촉 즉흥이 체화되는 방식을 탐구하고자 한다. 이는 접촉 즉흥에 대한 함의를 넘어 그 지역에 놓인 신체의 운동감각 경험에 대한 사회적 함의를 탐구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접촉 즉흥 모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S잼에서 접촉 즉흥의 움직임 양상이 어떠한 맥락을 갖고 있는지 밝히고자 한다. 참여자의 신체와 감각 및 반응은 어떤 사회적인 맥락 속에서 생성되는지, 이는 접촉 즉흥 수행과 어떠한 관계를 맺는지 탐구할 것을 목표한다.

연구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접촉 즉흥을 수행하며 신체는 어떠한 상호작용/친밀성 관련 규범을 습득하는가? 이 규범은 참여자의 체화된 관계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둘째, 접촉 즉흥에서 나타나는 움직임과 교류의 규범성은 참여자의 사회문화적 위치에 따라 어떤 움직임으로 나타내고 다른 참여자의 움직임을 어떻게 경험하는가? 다른 참여자는 이러한 움직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셋째, 접촉 즉흥이 수행되는 장소의 공간적, 지역적 맥락은 참여자의 움직임 요소와 교류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어떤 커뮤니티성을 띈다고 해석할 수 있는가?

[사진 출처: 장주희, "사진 2", 2024.06.01.]

(2) 서울의 접촉즉흥 판

접촉즉흥은 예술 생태계에서 ‘변두리’라는 위치성을 갖고 있다. 접촉즉흥을 하는 사람은 일부를 제외하고 ‘무명’인 상태이며, 이름을 알리지 못한 상황에 대해 암울함을 느낀다. 무명 접촉즉흥 예술가는 '깔아줄 수 있는 판'이 부재한다는 시스템을 지적한다. 접촉즉흥 계에서 규격화된 시스템은 부재한다. 대중의 관심은 계속해서 저하되고, 남아있는 사람들도 떠나고 있다. 자본 문제로 예술의 지속 불가능성과 공간의 부재로 대관료를 지속적으로 내야 하는 상황에서도, 이들이 예술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알음알음’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즉, 연결을 통해 접촉 즉흥에 입문하고 참여하는 사람이 있다.

S잼은 ‘작은 접촉즉흥’계에서도 유대감이 촘촘한(Tight-knit) 커뮤니티로 존재하는 동시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커뮤니티이다. 공간 M은 다양한 SNS 계정을 운영하며, 접촉즉흥에 입문하기에 낮은 접근성을 갖고 있다. 공간 M 커뮤니티에는 연구자를 비롯한 새로운 인물이 지속적으로 들어오며, 환기되는 커뮤니티 문화가 조성된다. 이 커뮤니티는 접촉즉흥이 이루어지는 타 커뮤니티와 무용 전공자보다 움직임에 관심을 가진 운영진으로 구성되었고 참여자들 또한 무용 비전공자들이 더 많이 온다는 점이 독특하다. 따라서 기술에 대한 초점이 덜 하며 접촉즉흥 기술에 대한 클래스가 결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특징으로 갖고 있다. 그리고 접촉즉흥뿐 외에도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즉흥 퍼포먼스 연구 모임이 매주 화요일에 진행된다는 점도 독특하다.

Ⅱ. ��론

1. 접촉즉흥의 다원적 해석

본 연구에서는 접촉즉흥의 다원적 해석을 진행했다. 특정 형태를 갖춘 무용 또는 테크닉/요법으로서의 접촉즉흥과 ‘사회적’인 몸과 움직임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움직임을 탐구하려는 시도로서 접촉즉흥을 분석했다. 이때, ‘사회적’인 몸과 움직임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움직임을 탐구하려는 시도에 대한 이해를 통해 규격화에 따른 증명을 대항하는 ‘목적없음’의 목적성, 획일화된 미의 기준과 젠더 규범, 주체성 되찾기 시도와 평등성의 관계를 포착했다.

[사진 출처: 장주희 "사진 3", 2024.06.01.]

(1) 특정 형태를 갖춘 무용 또는 테크닉/요법으로서의 접촉즉흥

접촉즉흥은 연기 트레이닝 요법이자, 무용 교육으로도 사용된다. 연기 분야에서는 ‘배우 훈련’, ‘무대 훈련’으로 사용되며 무용 교육에서는 몸을 잘 사용하기 위한 훈련 방식이자 하나의 테크닉으로 자리 잡았다. 이때, 테크닉, 요법을 중요하게 여겨 클래스 수강 없이는 정형화된 움직임을 따라가기 어려운 커뮤니티도 존재한다.

그러나 S잼 구성원들은 테크닉보다는 접촉즉흥 자체에 집중하는 S잼의 목적성을 “커뮤니티”적 잼이라고 설명한다. 인포먼트 C는 테크닉과 끊임없는 생산성, “목적있음” 또한 중요하지만, 접촉즉흥의 핵심은 동작, 모양새, 움직임을 ‘잘’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간의 믿음을 형성해 가며 서로의 몸과 그것이 움직이는 방식을 발견하고 탐구하는 물리성과 감정적 교류가 동시에 오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이런 접촉즉흥에 대한 포괄적인 경험에 따른 성찰이 발화될 때 S잼 운영진에 의해 “목적없음”으로 표현된다. 이것은 “목적”이라는 것이 현재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 정량화 될 수 있는 것으로 치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목적없음”의 목적이 대중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은 잼 운영진들의 생계 문제와 연결된다.

“가이드나 주제가 없으면 일단 안 와요. 솔직히 안 와. (...) 가이드도 없었어요, 원래. S잼 가이드도 몇 달 안 됐어요. 저희 한 달? 두 달. 그 전까지는 컨디션 공유하고 그냥 몸 풀기 하고 ‘바로 잼 갈게요’ 해서 그냥 잼 했어요. 근데 그때 사람들이 별로 없었어요. 한 명일 때도 있었어요.” - 인포먼트 H

(2) ‘사회적’인 몸과 움직임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움직임을 탐구하려는 시도로서 접촉즉흥

예술계의 교육 제도에서도 무용을 배우는 클래스에서 신체를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정해진 특정 ‘올바름’의 기준에 맞춰 규격화된다. 소마틱 요법을 통한 심리치료를 공부하고 있는 20대 인포먼트 F는 무용에서 특정한 기준에 따른 평가가 드러난다고 언급했다. 이는 무용의 영역에서도 신체가 특정 규범성에 의해 평가되고, 특정 방식으로 규격화되는 경험을 한다. 현대예술을 공부하는 20대 초반 여성 인포먼트 B는 더 나아가, 일상적 움직임을 ‘타율노동’이라 정의한다. 일상에서는 스스로 원해서 하는 움직임보다, 권력이나 경제 관계의 목적성에 의해 파생된 움직임이 먼저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기가 주체가 된 움직임보다는 목적성을 갖춘 움직임이 일상에서 나타난다. 인포먼트 B는 특정 사회의 관습을 체화한 몸은 각 상황에 맞는 표현과 움직임을 수행하기에 적절한 주체가 되지 못한다고 해석했다. 또한, 그는 접촉 즉흥에서 나 자신이 주체가 되어 움직인 순간들을 떠올리며 그 경험들에 대해 권력의 영향이 희미해지는 “해방”의 영역이라 표현했다.

“완전히 움직임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동작들은 되게 한정적이고 그리고 그걸 누군가와 한다는 어떤 인식조차 없고. 그러니까 사실 그런 거죠. 그 누구도 일상에서 일어나는 행��들을 막 안무를 보는 시선으로 바라보진 않잖아요. (...) 그러니까 내가 원해서 하는 움직임이 먼저가 아니라 모든 게 다 목적에서 파생된 움직임 타율 노동이다.”- 인포먼트 B

접촉즉흥 참여자들은 접촉즉흥을 노박의 <접촉에 의한 즉흥무용의 이해>과 같이 “평가로부터 해방”됨과 동시에, “실수해도 되는 무용”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획일화된 척도에 빗대어 이루어지는 공개적인 평가를 최소화하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해방된다는 점에서 참여자들은 접촉즉흥을 타 무용과 구별 짓고 있다. 더 나아가, “내가 주체가 되어 움직일 수 있는 무대”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으며, 규율적 권력 작용의 산물로서의 인간으로부터 탈피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들은 규격화된 기준의 대상이자 도구됨에 반하는 움직임을 찾는 과정에 의미를 부여한다. 접촉즉흥은 이들에게 있어 자신이 닮고 싶은 삶의 방식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장유진, "사진 1", 2024.06.01.

(3) 주체성 되찾기 시도와 평등성의 관계

① 형식 지양을 통해 등장하는 ‘평등성’을 갖춘 형식

S잼 관계자들의 발화, 그들이 클래스를 열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잼을 대하는 태도에서 테크닉, 학력, 경험치에 의한 위계화를 지양하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평등성”을 추구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근데 진짜 저는 이 접촉즉흥이 되게 유화적이고 원초적인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몸을 가진 누군가는 다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 기술도 언어 중에 하나죠. 그 언어 중에 하나지만 그게 굳이 없어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몸을 쓰거나 보이거나 몸으로 소통하는 거 되게 어색해하고 (...)” - 인포먼트 C

S잼 운영진인 인포먼트 C는 한국에서는 “주체 의식” 없이 옳고 그름이 정해진 측도에 맞춰야 하는 수동적 위치에 놓이기 쉽기 때문에 몸을 사용하거나 몸으로 소통하는 것을 어색해 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평등성의 강조는 퍼포머와 관객의 분리를 해체하려는 노력에서도 드러난다. 무용수들이 “공연”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며 움직임을 탐구해 나가는 사람으로 이해되었으며, 접촉즉흥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모인 관객이 중간에 같이 움직이고 참여하게 되는 사건이 커뮤니티의 특징을 부각시켰다.

“접촉즉흥이라는 장르 자체는 관객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험하는 춤이라는 게 가장 큰 특성인 것 같아요.” - 인포먼트 F

S잼 운영진들이 주최하는 H모임에서는 퍼포먼스를 위한 음향도 관객이 직접 소리를 내는 등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퍼포머가 된 동시에, 관객이 된다. 또한 퀴어퍼레이드 특집으로 외부에서 잼을 진행했을 때도 아스팔트 거리에 ‘널부러져’ 있는 광경은 관객과의 위계나 거리를 산정하지 않는 점, ‘무대’가 없다는 점에서 평등성에 대한 강조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사회적 평가로부터 떨어진 안전한 공간을 만드려는 노력으로도 파악된다.

② 개체성과 목적 수행과 반하는 ‘무의식’

S잼이 만들고자 하는 공간의 안전함은 ‘목적없음’이 허용되어야 가능하다. ‘목적없음’은 운영진과 참여자들에 의해 ‘무의식’이라는 단어로도 표현이 되는데, 무의식을 더 탐구함으로서 움직임에 대한 ‘자연스러움’ 내지 ‘주체성’을 찾을 수 있다고 보았다. 소르다스의 ‘체현’의 개념에 의하면, 권력과 관습은 의식적이지 않은 영역까지 침투되어 있기에 일상에서 사용되는 제스처나 종교적 방언과 같은 독특한 현상에서도 아비투스를 읽어낼 수 있다. 이 맥락에서 살피면 무의식에 대한 탐구는 움직임의 원천에 대한 탐구로도 바라볼 수 있다.

20대 여성 참여자 인포먼트 B는 목적없이,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는 타인과의 접촉즉흥의 상황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고 편안한 감정을 얻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의미 있는 거 할 때 어떤 사물을 놓고 막 하다 보면은 내가 자꾸 무시하고 있던 어떤 감정 상태가 딱 드러나. 예를 들면 약간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이라 한다면 그게 이제 그냥 몸으로 무의식적으로 발현이 되고 그렇게 움직임이 끝나고 그거에 대해서 인지를 하는 거죠.” - 인포먼트 B

“그냥 움직임을 할 때는 몸이 움직이는 대로 하려 했던 거 몸이 움직이고자 하는 게 어찌 됐든 내 감정 상태와 연결이 되어 있다고. 내가 모르는 어떤 게 이렇게 드러나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 (...) 그런 작용을 포스팅이라고 하더라고요. 먼저 반응해버리는. 근데 저는 춤 무용을 봤을 때 그런 거를 느꼈었어요. 어떤 사람이 움직임을 할 때 그냥 내 안에 뭔지 모르는 감동이 일어날 때가 있어.” - 인포먼트 A

장주희. "사진 4", 2024.06.01.

2. 자기 몸과 타인의 몸을 재감각, 재인식하는 방식

(1) 새로운 친밀성의 실천으로서 접촉즉흥

접촉즉흥은 몸과 몸이, 개개인이 관계 맺는 방식에 있어서 사회적으로 규정된 ‘정상성’에 도전하고 관계맺음에 대한 새로운 정서를 성립하려는 시도로 분석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나이와 성별을 가진 사람들이 몸의 다양한 부위를 사용하며 접촉하고 일상에서 가능하지 않은 몸의 언어로 소통을 가능케 하며, 접촉즉흥을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으로도 볼 수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움직임과 접촉이 중심이 된 새로운 종류의 친밀성 형성의 실천으로 볼 수 있다.

S잼이 지향하고자 하는 접촉을 통해 공유되는 감정과 교류에 의의를 두는 ‘커뮤니티적’ 특성의 강조는 친밀성의 탐구 및 재조정 과정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한 예로 앞서 언급한 네이키드 잼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네이키드 잼은 성별 무관하게 모두가 나체로 접촉즉흥을 진행하는 잼으로, S잼에서 2024년도에 처음 시도되었다. 네이키드 잼에서는 사회적 ‘정상성’에 도전하고 이탈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관계맺음 방식, 즉 새로운 친밀성의 규범을 형성하려 한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젠더 규범과 연결되어, 접촉즉흥의 생성시기부터 문제시 됐다.

서로의 몸에 대한 탐구가 성적인 욕구로 치환되지 않는 장이 될 수 있었기에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몸과 접촉 그리고 관계성에 대한 새로운 질서를 체화한 경험에서 충만감을 경험했다. 상대의 몸을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네이키드 잼을 통해 가장 잘 드러난다. 따라서 성적인 대상으로만 치부되는 몸에 대해 운영진과 참여자는 비판적 입장을 갖고 있다.

“접촉과 몸과 이런 게 왜 항상 쉽게 말하면 그거지 왜 성적인 것과 왜 항상 그런 걸로만 항상 접근 특히 한국에서 그리고 왜 그렇게만 정의돼야 될까 인 거죠. 막말로 그냥 크로키 모델 하는 분도 그냥 이렇게 해서 그림 그려서 하는 경우 있는데 가끔 뉴스 보면은 크로키 모델도 몰래 찍어가지고 또 이렇게 했다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왜 몸이 그렇게만 되는가인 거죠. 그냥 네이키드 퍼포먼스 보셨을 때 그냥 몸을 봤을 때 그냥 꼭 그렇게 되진 않잖아요. 나중에 익숙해지면 그냥 몸은 몸일 뿐이지 그렇게 되는 건데 경직하게 만드는 게 더 그거를 안 좋게 만드는 것 같아요. 한국 사회에 대해서 아직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 인포먼트 H

S잼 운영진 20대 후반 남성 인포먼트 H는 한국에서는 “접촉과 몸”이 항상 성적인 것으로 치부 된다는 것에 아쉬움을 표현한다. “몸은 몸일 뿐”이라고 얘기하며, 과한 성적대상화로 인해 몸을 “경직”되게 만드는 악효과에 대해 말했다. 한국의 사회적 배경에서 몸으로 표현하는 관계성이 매우 경직되어 있기에, 몸이 성적으로만 환원되기 쉽다. 이런 맥락에서 다른 인포먼트는 남성과 접촉하는 것을 우려하고 접촉을 통해 감지되는 남성의 의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2) 비시각적 감각의 사용을 통해 외형에서 벗어남

접촉즉흥에서는 언어나 사유에 대한 중점보다는 비언어적 비시각적인 접촉에 의한 감각과 무의식에 초점을 둔다. 접촉즉흥은 서로의 몸을 감각하며 반응하는 것을 통해 상대에게 무게를 싣고 상대의 무게를 지탱해주며 움직임과 접촉을 기반한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재인지와 재감각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비시각적이고 비언어적인 방식으로 타인을 알아감으로써 조금 더 쉽게 더 깊이 있는 관계를 형성해 나가거나 소위 상대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전술한 S잼에서의 한 불미스러운 사건에서도 비시각적 감각을 통해 외형에 의해 규정되는 표면적인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음이 나타났다. 특정 남성분의 행위는 인포먼트 K에 의해 접촉보다는 ‘만진다’고 해석되었다. 여성에게 접근하여 그들의 몸을 더듬거리려는 시도와 그것에 대해 몇차례의 사과에서 어느 특정 어색함과 삐그덕거림이 존재했고, 운영진은 최대한 그를 좀 더 접촉즉흥에 맞는 방식으로 가이드를 시도하려고 했다. 한 사람이 접촉즉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을 뿐인데, 참여자들은 접촉 또한 흐름이나 맥락 없이 진행된다고 느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해당 남성은 다른 사람들의 외형을 의식했기 때문에 참여자들이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는 시각적 감각보다 접촉이 중요시되며 ‘주변적 시야’가 활용되는 접촉즉흥의 장에서, 해당 남성이 다른 이들의 몸을 성적으로 바라보았고, 지속적으로 시각적이고 언어적인 소통을 하려 한 것이 당사자들에게 느껴져 이질감과 불쾌감이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접촉즉흥은 비언어적이고 비시각적 감각의 사용하여 춤의 작동 원리나 몸의 형태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한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네이키드 잼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에서 볼 수 있었듯, 접촉즉흥의 이상과 그 속에서 체화된는 새로운 질서는 일상과 분리되어 생각되어서는 안된다. 접촉즉흥의 형식에 의해 신체가 체화하는 새로운 친밀성의 언어는 신체가 살아온 아비투스 속의 친밀성 언어를 삭제할 수 없다. 일례로, 비엔넷(2021)은 성희롱을 근절하려는 ‘미투’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캐나다의 접촉즉흥 커뮤니티에서도 무용수들이 서로를 접촉하는 방식을 재협상하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이것은 접촉즉흥에서 이루어지는 움직임은 움직임에 대해 갖는 사회적 맥락과 매우 깊은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 무용수 낸시 스타크 스미스는 “접촉즉흥은 터치를 통한 움직임과 충동의 교환을 탐구할 때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수단을 제공”하지만, “문화적 가정과 패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한다(Koteen & Nancy 2008: 8). 일례로, 터치와 에로티시즘의 연관성은 항상 문제를 일으키는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Viennet 2021: 333-334). ‘체현’된 신체와 비엔넷의 관점을 차용하면, 접촉즉흥 속에 생기는 상황은 기존에 신체가 속해 있던 아비투스 위에 덧씌워진다는 관점으로 볼 수 있다.

몸이 체화된 사회 또는 일상과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네이키드 잼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건을 통해 알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접촉즉흥에서 형성되는 관계성의 질서가 파악되었다

장주희, "사진 5", 2024..06.01.

3. 지원사업과 생계 - S잼 커뮤니티 특징과 생태계 연결

(1) 커뮤니티 특성

① 커뮤니티 운영방식에서 드러나는 수평성

H모임와 S잼은 ‘불리고 싶은’ 이름을 공유한다. 나이와 성별에 따른 호칭을 제하고 평어를 사용한다. 이러한 수평성은 커뮤니티를 만드는 사람들의 인식에서 나온다.

첫째, 어느 몸이라도 접촉 즉흥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으로 모집하는 신원을 확보하지 못한 몸도 접촉 즉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열린 인식을 가진 것이다.

둘째, 참여자들은 개별성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서로 다르기에 서로 비교될 수 없으며, 다르지만 우리는 평등하다는 인식을 가진다. 이러한 발화는 노박이 말한 평등성과 연결된다. 노박은 “춤이 일어나게 내버려” 둠으로써 ‘무용수’를 ‘행위자’로 재해석하며 관객의 경계를 허무는 관습을 통해 ‘평등성’을 “즉흥 행위의 핵심적 동작 가치”로 봤다.

이러한 수평성은 위계, 주체적이지 못한 생산성과 대조된다. 인포먼트의 발화에서는 ‘목적 없음’, ‘무의식’, ‘주체성’, ‘개별성’이 주된 화두로 등장한다.

③ 유기성과 포용력

6월 1일에는 퀴어퍼레이드 후에 청계천한빛광장에서 S잼을 진행했다. 해당 잼의 참여자는 이전 잼보다 다양했다. 잼 운영자인 인포먼트 C, G, D과 연구자를 포함한 게더링 P에서 알게 된 한국인, 여행 중이거나 교환학생인 외국인 인포먼트 M, N이 있었다. 인포먼트 N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공지를 보고 참여했다. 잼에 참여했던 외국인 인포먼트는 이 공동체의 ‘열려있음’ 또는 포용력을 감탄했다. 인포먼트N는 그냥 ‘존재’해도 괜찮은 곳이라고 느꼈다. 인포먼트 N에게는 한국 사회는 ‘탄압적’, ‘특정한 사회 체제가 존재한 곳’, ‘자신이 맞춰야만 하는 곳’으로 여겨졌지만, 잼을 통해 탄압적으로 느껴진 한국 사회에서 땅바닥에 사람들과 접촉하며 뒹굴 수 있었다는 게 해당 인포먼트에게는 매우 특별한 경험으로 위치한다.

[사진 출처: 장주희, "사진 6", 2024.06.01.}

문화인류학과 2020128019 조현진

문화인류학과 2023128012 김윤준

문화인류학과 2023128008 최서연

역사문화학과/문화인류학과 2020211080 백단비

Ⅳ. 참고문헌

권혁, [세태취재] MZ세대 새해 목표는 '갓생' : '현금 챌린지'로 허리띠 졸라매고 '미러클 모닝'으로 자기 계발, 월간중앙, 2024.01

김영천, 이동성 (2011). “자문화기술지의 이론적 관점과 방법론적 특성에 대한 고찰,” 『열린교육연구』 19(4): 1-27.

노박 신사아 J. (서지은 역), 2013[1990], 『접촉에 의한 즉흥무용의 이해』. 서울: 금광.

부산일보, 2017.09.13., "몸과 몸의 내밀한 교감 '접촉 즉흥춤' 아시나요?",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170913000236 (2024.04.22. 접속).

신하라. (2017). “메를로퐁티 원리를 적용한 접촉 · 즉흥무용 연구,” 『영남춤학회誌』 5(1): 129-148.

이정모. (2010).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접근과 학문간 융합: 인지과학 새 패러다임과 철학의 연결이 주는 시사,’”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38: 27-66.

장유진, “사진 1”, 2024.06.01.

주성호. (2011). “심신문제를 통해 본 메를로-퐁티의 몸 이론,” 『철학사상』 39: 129-165.

터너 빅터. (2005). 의례의 과정. 박근원 역. 『한국심리치료연구소』

푸코 미셸. (이규현 역), 1992[1976]『성의 역사1: 앎의 의지』. 나남.

푸코 미셸. (오생근 역), 1994[1975], 『감시와 처벌: 감옥의 탄생』. 나남.

윌리엄스 드리드. (신상미 역), 『인류학과 인간의 움직임 : 무용연구』, 대한미디어.

Bourdieu, Pierre. (1977). Outline of a Theory of Practice, translated by Richard Nice,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_____________. (1984). Distinction, translated by Richard Nice,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Butler, Judith. (2004). Undoing Gender. Routledge.

Csordas, T. J. (1990). “Embodiment as a Paradigm for Anthropology,” Ethos 18(1): 5–47.

___________. (1993). “Somatic Modes of Attention,” Cultural Anthropology 8(2): 135~56.

Hall, Edward T. (1976). Beyond Culture. Anchor Press Book.

Laugier, Sandra. (2016). “Politics of vulnerability and responsibility for ordinary others,” Critical Horizons 17(3): 207-223. 재인용: Vionnet, C. (2021). “Touch in Contact Improvisation: proximity/distance under intimate circumstances,” The Senses and Society, 16(3): 320–338.

Manning, Erin. (2007). Politics of touch: sense, movement, sovereignty.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재인용: Vionnet, C. (2021). “Touch in Contact Improvisation: proximity/distance under intimate circumstances,” The Senses and Society, 16(3): 320–338.

Marar, Ziyad. (2012). Intimacy. Acumen. 재인용: Vionnet, C. (2021). “Touch in Contact Improvisation: proximity/distance under intimate circumstances,” The Senses and Society, 16(3): 320–338.

Mauss, Marcel. 1950[1938]. Une Categorie de L'Esprit Humain: La Notion du Personne, Celle du "Moi."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재인용: Csordas, T. J. (1990). “Embodiment as a Paradigm for Anthropology,” Ethos 18(1): 5–47.

Foucault, Michel. (1973). The Birth of the Clinic. Vintage.

_____________. (1977). Discipline and Punish. Vintage

Geertz, Clifford. (1973). Religion as a Cultural System: The Interpretation of Cultures. Basic Books, 87-125

Lewis, J. L. (1995). “Genre and Embodiment: From Brazilian Capoeira to the Ethnology of Human Movement.” Cultural Anthropology 10(2): 221–243.

Merleau-Ponty, Maurice. (1942). La Structure du Comportement.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재인용: Csordas, T. J. (1990). “Embodiment as a Paradigm for Anthropology,” Ethos 18(1): 5–47.

Ness, S. A. (1992). Body, Movement, and Culture : Kinesthetic and Visual Symbolism in a Philippine Community. University of Pennsylvania Press.

Novack, Cynthia J. (1988). Looking at Movement as Culture: Contact Improvisation to Disco. The MIT Press.

Tahhan, Diana Adis. (2010). “Blurring the Boundaries Between Bodies: Skinship and bodily intimacy in Japan,” Japanese Studies 30(2): 215-230.

Vionnet, C. (2019, November 14). EXPOSURE as a condition for intimacy. Present Continuous. Retrieved February 26, 2024, from https://www.indent.in/present-continuous/2019/11/13/exposure.

Vionnet, C. (2021). “Touch in Contact Improvisation: proximity/distance under intimate circumstances,” The Senses and Society, 16(3): 320–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