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아니고 셋이에요!
2007년 12월 우리는 세계 해외 주재 한인 대표 디아스포라 67명을 한 팀으로 임산부와 어린아이들을 위한 영양제를 생산하는 북한의 SAM 평양 제약 공장 개원식에 참석했습니다. 그곳은 원래 의료 단체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그중 하나를 우리가 전체를 사용하며 다시 정리하고 필요한 의료 기자재들을 채워 깨끗하게 새로 만들었습니다.
정상적인 병원을 만들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자유로운 출입과 시술을 하려면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 판단해, 우선 임산부와 어린아이들의 건강을 도울 수 있는 방법으로 제약공장을 만들어 인도적인 지원을 전국에 보급하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SAM 제약공장을 평양시 선교동에 세우고 RUTF(Ready to Use for Therapeutic Food, 임산부와 어린아이들을 위한 영양제 등 응급영양식품) 제조공장을 만들어 응급영양식품을 전역으로 분배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약속한 대로 분배를 확인할 길이 없어 1년 후 중단했습니다.
그러나 세계 여러 곳에서 모인 우리 동포 동역자들이 함께 찬양을 부르며 개원식을 하였다는 것은 우리도 감히 상상도 못 했던 하나님의 선물이었고, 우리는 물론 북한 사람들도 그전에도 또 그 후에도 보지도, 생각지도 못하였던 하나님의 선물이었습니다.
개원 후 그 주일에는 칠골교회에서 다 같이 모여 예배를 드렸습니다. 우리는 가기 전에 미리 책임자들과 의논하고 예배가 끝난 후에 연이어 성찬식을 하겠다는 허락을 받았고, 성찬식에 필요한 포도주와 기구들을 준비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그때까지 성찬식이 무엇인지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성찬식이 무엇이냐고 묻는 말에 “예배를 드리면서 우리끼리 작은 잔으로 포도주를 마시는 예식입니다.”라고 간단하게 설명했더니 “그래요, 알아서 하십시오.”라고 답해 허가를 받았던 것입니다.
우리가 예배를 드리고 있을 때 마침 한국 대형 교회 성도들 100여 명이 그곳에 병원을 짓기 위해 방문한 후 칠골교회를 찾았다가 우리가 성찬식을 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예배가 끝난 후 우리 팀 목회자들이 차례로 등단해서 말씀을 읽고 통성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모두 손들고 “주여” 삼창을 했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밖에서 우리를 안내한 사람들은 안에서 난리가 난 줄 알았답니다.
꿈에도 그리는 조국의 통일과 화해를 위해 기도하는 그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지, 우리는 모두 감격과 감사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우리가 미리 준비해 가지고 간 포도주잔을 돌리는 순간 모두가 간절한 기도와 애통하는 마음으로 하나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눈물 흘리며 통성으로 기도할 때 북한 측 찬양 대원들 중에 우리와 같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예수님 안에서 우리는 하나입니다. 성령 안에서는 남과 북이 없고, 원수도 없고, 오직 하나 된 우리가 있을 뿐입니다. 평생을 잊지 못할 하나님의 선물이요, 우리의 소망을 들어주신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맨 앞 좌석에 저와 박 권사, 둘이 앉아 있었는데, 우리도 감동이 되어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우리 둘이서 같이 손잡고 기도합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순간이오.” 그런데 그 순간 박 권사가 “둘이 아니고 셋이에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셋이라니 누가 또 있단 말이요?”라고 묻자 아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까지 인도하시고 또 지금도 우리와 함께 우리 곁에 앉아 계신 예수님이 계시잖아요.”나는 그 말에 가슴이 울컥했습니다. 우리는 간절히 기다리고 기다리던 귀한 시간에 감사, 감격해 두 손 들고 통성으로 기도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일어서서 두 손 들고 기도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바닥을 치며 기도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북한의 찬양 대원들 중에 우리를 따라 떡과 잔을 받아 들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우리는 항상 잊고 살아가지만, 예수님은 항상 우리 곁에 계시며 우리를 긍휼히 여기셔서 새 힘을 주시고 선한 길로 인도하심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내 생각, 내 행동으로 항상 앞서가며 두려워하고 놀라고 힘들어하던 제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를 버리지도, 떠나지도 아니하시는 주님이 지금 여기에도 함께 계심에 감사하고 감격합니다.
35년 전에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시고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시키실지 잘 알지 못하고 그리고 무조건 40년이 넘는 의사 일을 그만 두게 하시고 북한 선교 사역을 맡겨주셨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 하지만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나만이 아니고 가족, 그리고 우리 사역자들 그리고 함께 하시는 우리 후원자들 모두가 하나님께서 부르신 동역자요 동반자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긴 세월 힘든 일과 어려운 일들을 함께하고 생사를 함께 한 여러 동역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루 속히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되어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넘치는 우리 나라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샘복지재단 박세록 대표